카를로스 前스페인 국왕 '1000억대 돈세탁'

前 독일 내연녀가 고발… 스페인 정계 발칵 뒤집혀


2018081400189_0_20180814080138111.jpg?ty
후안 카를로스 1세(80·사진) 전 스페인 국왕이 재위 기간 횡령과 돈세탁을 한 혐의로 고발돼 스페인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를 고발한 사람은 한때 내연 관계였던 독일인 코리나 추 자인-비트겐슈타인(53)이다.

12일(현지 시각) 스페인 일간 오케이디아리오에 따르면 카를로스 1세는 모로코의 부동산을 사기 위해 자인-비트겐슈타인의 이름을 차명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스페인 기업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메디나 고속철도 건설 대금 2억1000만유로(약 2715억원)의 지급 지연에 대한 중재 대가로 사우디로부터 8000만유로(약 1035억원)를 받은 뒤 그 돈을 사촌 명의 스위스 계좌에 넣어 돈세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자인-비트겐슈타인은 "카를로스 1세는 나와 결혼하려고 소피아 왕비와 이혼을 하려 했는데, 사우디로부터 받은 돈을 위자료로 쓰려 했다"고 주장했다. 자인-비트겐슈타인은 2014년 카를로스 1세가 퇴위한 뒤 결별했으며, 최근 본인이 탈세 혐의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오르자 스페인 왕실 관련 의혹을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로스 1세는 경제인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전직 고위 경찰 간부와 자인-비트겐슈타인 간 녹취록에는 카를로스 1세가 1992년부터 스페인 경제인 수십명으로부터 '위기관리 계획'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으며, 2013~ 2017년 받은 돈이 3000만유로(약 387억원)가 넘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카를로스 1세의 아들인 펠리페 현 국왕 등 왕실뿐 아니라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정부 등 사회 전반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현행법상 국왕은 재위 기간 범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있다. 카를로스 1세는 1975년 즉위한 지 39년 만인 2014년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면책특권자가 설 곳은 없다"면서 "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 법 위에 올라서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