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 교육 10일 과정서 40시간 이수로 대폭 줄어…기관별 평가방법도 제각각
허가권 쥐고 있는 해경…퇴직자 취업통로 악용도
■ 해경, 15개기관에 위탁…형식적 교육으로 자격증 남발
경남 통영에 사는 김 모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평소 다니던 인근 수영장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30명 남짓한 무리와 수영장 관리인이 실랑이를 벌이면서 수영장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
신경이 쓰였던 김씨가 수영장 관리팀에 영문을 물으니, 한 기관에서 인명구조 교육을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김씨가 본 사람들 중 수영장 안에서 헤엄치는 사람은 정작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물 밖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체온유지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물 안에 있던 사람들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보다는 동작을 따라 하는 정도에 그쳤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수영장에 들어온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무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출석 인원 확인, 준비체조 등을 제외하고 수영만 한 시간을 생각해보면 10분 남짓이었다. 김씨는 "인명구조요원 교육이 이런 식으로 허술하게 진행되는 줄 몰랐다"면서 "이런 사람들이 정말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분노를 표했다.
20일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 수상안전을 책임져야 할 인명구조요원 교육이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상 안전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자격증에 대한 수요도 늘었지만 일부 교육기관이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여름을 앞두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에 큰 변화가 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인명구조 교육은 1953년 대한적십자사가 미국적십자사 수상안전교육을 토대로 한국에 도입하면서 처음 실시됐다. 그러나 법적으로 교육 자격에 대한 규정이 없어 소규모 기관들이 임의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2000년 시행된 수상레저안전법에서 교육기관 자격 규정을 강화해 해양경찰청장에서 허가받은 기관에 한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현재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은 기관은 15개로 기관마다 교육 프로그램을 작성해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이수한 뒤 자격증을 취득하면 수영장, 해수욕장 등 관련 시설에 안전요원으로 취업할 수 있다. 해양경찰공무원 채용에서는 자격증 보유 시 가산점을 적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이 제도화되면서 오히려 자격증 제도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인명구조 교육은 법적으로 11개 과정을 최소 40시간 교육하도록 지정돼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해온 10일 과정보다 대폭 줄어든 것이다. 간소화된 교육 과정이 인기를 끌면서 인명구조 교육 대표 격인 대한적십자사도 교육시간을 54시간으로 축소했다.
기관별로 교육과 심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다 보니 평가 기준이 다르고 일부 기관에서는 교육을 허술하게 한 뒤 쉽게 자격증을 발급해주면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격증 취득이 비교적 쉬워지며 지원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관별 연간 자격증 발급 건수를 취합한 결과 2016년 8756건으로 전년보다 700건가량 늘었다. 그러나 수난 사고는 매년 5000건대 중반에 머무르며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수상안전 전문가가 늘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적다 보니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이다.
수상안전을 관할하는 해경은 올해 지도점검에 나서 자격에 못 미치는 기관 3곳에 지정취소, 4곳에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처분을 받은 일부 기관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이번 소송에 나선 기관은 교육기관 지정 이후 세 차례나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해경은 이 기관 소속 교육강사와 평가관이 자격증 발급 신청자로부터 돈을 받고 교육 과정을 완전히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명구조요원 교육기관 지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기관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문제가 된 부정 발급 건수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이 기관 대표가 해경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 단체 대표직은 상근직으로 운영되며 이전 대표 중에서도 다수가 해경 출신으로 사실상 전관예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고위직 관계자를 채용해 현직 해경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면서 기관의 수익 창출 중 하나인 교육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관 관계자는 "현재 소송 중이라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퇴직 간부들이 인명구조교육기관에 채용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로 자격증을 남발하는 것을 막으려고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이 정도면 경징계라고 봐야 한다"며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주무기관에 불복하면서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대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