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가명·47)
“실명은 밝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주피난민에 대한 공격이 아이들에게까지 가는 경우가 있어요.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일어난 3월11일 저녁에 라디오에서 ‘만일을 위해서 원전 반경 3㎞안에 사는 사람들은 피난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어요. 우리 집은 원전에서 38㎞ 떨어져 있지만 피난 지역이 점점 확대될 수 있고 나중에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릴 것이고 지진해일(쓰나미)로 통행 가능한 도로도 적었기 때문에 미리 피난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원전사고 다음날인) 3월12일 아침에 자동차를 타고 피난을 나왔죠. 통행 가능한 도로가 별로 없어서 19시간이 걸려서 도쿄에 도착했어요. 가는 길에 처음 불빛을 본 게 사이타마현에 있던 파칭코 가게였던게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부모님이 도쿄 근처에 살고 계셔서 일단 도쿄로 왔어요. 사고 한달 뒤 음식물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도 100만엔을 주고 사서 측정하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할 뿐 평생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에요. 후쿠시마에는 아직 집이 있고 대출도 남았는데, 집을 누구에게 임대하지도 못하고 있죠.
우리 집도 마당 흙의 방사선 오염도를 재보니 1㎡당 4만㏃이상 방사능이 검출됐어요. 제염도 이와키시가 원래 목표한 것의 20% 정도 밖에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부는 원전 사고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도 않으니, 귀환해서 병을 얻으면 구제를 받기도 어렵죠. 피난소 생활을 할 때 보통 수준이 아닌 엄청난 코피를 흘리는 아이들을 여러 명 봤어요.
그보다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은 세대를 넘어서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우려에요. 원전 사고 자주피난자는 실제로는 살고 있던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는데도 피해를 입은 장소로 돌아가라는 압력을 정부에서 받고 있어요. (정부가 제공한) 피난 주택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여있어요.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정부가 사용하는 자주피난이라는 말에는 위화감을 느껴요. 자주피난은 원래 태풍이나 수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피난지시 대상 지역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이라도 고령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만일을 위해서 피난하는 경우에 쓰이는 단어에요. 하지만 원전 사고의 경우에는 방사능 피해가 수해처럼 확실한 경계선이 없어요. 현실적으로 방사능 오염이 있고 피폭 위험이 있는데도 정치적 판단으로 피난지시가 내려지지 않은 지역이 많이 나왔어요.
피해를 덮기 위한 부흥은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의 건강과 마음에 상처를 낸다면 그런 부흥을 추진할 가치가 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어요. 정부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후쿠시마의) 푸른 하늘이 그리워요.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면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어요.”
다나카는 이날 자주피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국회 의원 여러명과 면담을 신청한 용지를 들고 나왔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과는 면담이 이뤄졌지만 자민당 중진 의원 한명은 면담 신청서에 “거절한다”는 회신을 적어 보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835190.html#cb#csidxc4a8f97d4a3f66e964b204d5463b985
“실명은 밝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주피난민에 대한 공격이 아이들에게까지 가는 경우가 있어요.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일어난 3월11일 저녁에 라디오에서 ‘만일을 위해서 원전 반경 3㎞안에 사는 사람들은 피난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어요. 우리 집은 원전에서 38㎞ 떨어져 있지만 피난 지역이 점점 확대될 수 있고 나중에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릴 것이고 지진해일(쓰나미)로 통행 가능한 도로도 적었기 때문에 미리 피난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원전사고 다음날인) 3월12일 아침에 자동차를 타고 피난을 나왔죠. 통행 가능한 도로가 별로 없어서 19시간이 걸려서 도쿄에 도착했어요. 가는 길에 처음 불빛을 본 게 사이타마현에 있던 파칭코 가게였던게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부모님이 도쿄 근처에 살고 계셔서 일단 도쿄로 왔어요. 사고 한달 뒤 음식물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도 100만엔을 주고 사서 측정하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할 뿐 평생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에요. 후쿠시마에는 아직 집이 있고 대출도 남았는데, 집을 누구에게 임대하지도 못하고 있죠.
우리 집도 마당 흙의 방사선 오염도를 재보니 1㎡당 4만㏃이상 방사능이 검출됐어요. 제염도 이와키시가 원래 목표한 것의 20% 정도 밖에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부는 원전 사고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도 않으니, 귀환해서 병을 얻으면 구제를 받기도 어렵죠. 피난소 생활을 할 때 보통 수준이 아닌 엄청난 코피를 흘리는 아이들을 여러 명 봤어요.
그보다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은 세대를 넘어서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우려에요. 원전 사고 자주피난자는 실제로는 살고 있던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피해를 입었는데도 피해를 입은 장소로 돌아가라는 압력을 정부에서 받고 있어요. (정부가 제공한) 피난 주택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여있어요.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정부가 사용하는 자주피난이라는 말에는 위화감을 느껴요. 자주피난은 원래 태풍이나 수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피난지시 대상 지역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이라도 고령자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만일을 위해서 피난하는 경우에 쓰이는 단어에요. 하지만 원전 사고의 경우에는 방사능 피해가 수해처럼 확실한 경계선이 없어요. 현실적으로 방사능 오염이 있고 피폭 위험이 있는데도 정치적 판단으로 피난지시가 내려지지 않은 지역이 많이 나왔어요.
피해를 덮기 위한 부흥은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의 건강과 마음에 상처를 낸다면 그런 부흥을 추진할 가치가 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어요. 정부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후쿠시마의) 푸른 하늘이 그리워요.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면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어요.”
다나카는 이날 자주피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국회 의원 여러명과 면담을 신청한 용지를 들고 나왔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과는 면담이 이뤄졌지만 자민당 중진 의원 한명은 면담 신청서에 “거절한다”는 회신을 적어 보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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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835190.html#cb#csidxc4a8f97d4a3f66e964b204d5463b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