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딱 고등학교 2학년때 저를 도둑으로 몰아가고 제 고등학교 시절 자체를 망쳐버린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친구라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지칭할 나쁜 말조차 아까우니 그냥 나이가 같다는 핑계로 친구라고 부르겠습니다.
그 친구와 저는 딱 그 해 같은 반으로 만나 절친이 되었고 오직 둘이서만 붙어 다녔습니다. 밥먹을 때 집에 갈 때 이동수업을 다닐 때도 전부 같이 다니고 모든 걸 공유했었어요. 덕분에 서로의 집안 사정도 잘 알았구요.
특히 그 친구는 음악을 좋아해서 가수들 음반을 꼭 샀습니다. 남들 mp3로 음악 들을 때 그 친구는 CD플레이어를 들고다닐 정도였어요.
그러다보니 사물함에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앨범들이 넘쳐났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CD들 중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친필 싸인이 들어간 한정판 CD라고 그 친구가 아끼는 것들 중 하나가요.
어떤 가수의 어떤 앨범이고 수록곡에 디자인까지 전부 생생할 정도로 치가 떨리게 잊지 못하는 이유는, 그 친구가 저를 도둑으로 몰았기 때문입니다.
본인과 가장 친했던 게 저였고, 그러다보니 본인 사물함을 가장 많이 연 것도 저였고, 반에서 가장 먼저 등교해서 에어컨 틀어놓던 것도 저였고, 저는 유일하게 토요일에 학교에 나와서 자습을 했으니(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토요일에도 나와서 자율적으로 자습하게 해줬음) 범인은 저일 수밖에 없다고 확신을 하더군요.
믿었던 절친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모습은 저를 너무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절친인 제 진심을 무시하고 도둑임을 확신하는 친구에게 너무 화나고 속상하고 슬펐습니다. 친구가 주장하는 그 확신의 이유들이 남들이 봤을 때 딱히 반박이 어려워 보였다는 거, 친구는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나중에 느낀 거지만 오히려 그걸 이용해서 제가 도둑이 아니어도 도둑이어야 한다고 믿고있는 것처럼 저를 몰아붙였습니다.
반 친구들이 다 보고 있고 다른 반 친구들까지 다 창문너머로 보고 있는데도 점심시간에 공부중인 제 책상을 발로 툭툭 건들며 똑같은 걸로 사내라고 고래고래 소릴 질렀고, 제가 수업갈 때나 학교를 나설 때 밥 먹으러 갈 때도 뒤에 쫓아다니며 내놓으라고 얘기했어요. 수업 때 발표를 해도 딴지를 걸고 제가 넘기는 프린트물은 더럽다고 두손가락으로 집고 수업시간마다 들어오시는 과목 선생님들께 CCTV 설치해달라고 제얼굴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등등.. 다른 친구들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제 편을 들어주며 저와 밥 먹고 같이 다녔지만 보란듯이 그 친구들에게 살살 잘해주면서 붙어다니며 일방적으로 저를 무시하는 행동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도 피해가 갔고 무엇보다 제가 견딜수가 없어서 따로 다녔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물론 다른 반 아이들에게도 헛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야자 시간에 경찰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찾아와 저와 그친구만 불러간 그날은 전교생이 저와 그 친구 이름을 수군댈 만큼 저희 얘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또 기도했는데 정말 재수없게도 3학년때 그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같은 반이 된 다른 친구와 친해졌는데 그 친구에게 제가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만족을 모른다고, 보통 그런 집안에서 자란 애들이 남의 것에 탐을 내더라는 둥 CD 이야기를 했더군요. 결국 저는 알게 모르게 혼자가 되었고 그 친구는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다른 친구들조차 섣불리 나서주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국 저는 수능을 100일 앞둔 시점에 담임선생님을 찾아갔고 펑펑 울면서 다 말했습니다. 견딜 수가 없다고. 성적은 성적대로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되어 뭘 못 먹어 몸무게도 10킬로가 넘게 줄고 머리도 한움큼씩 빠진다고. 제발 야자라도 집에서 편하게 하게 해 주시면 안되겠냐고..
그래서 집에서 공부하는데 50일정도 남았을 때였나. 보충수업 끝나고 엄마 가게에 들렀다 집에 갔는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할머니가 제 방에 친구가 와있다고 하셔서 보니 그친구가 와서 손을 흔들고 있더라구요. 저 ㅇㅇ랑 친해요~ 하면서 온갖 알랑방구를 다 뀌더군요. 온몸이 부들부들거려서 할머니가 같이 먹으라고 내 주신 밥상에서 밥그릇을 들어 그 애한테 던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내방에 그 CD가 있더냐고 소리도 질렀어요. 그리고는 왜 내 방에 맘대로 얠 데려다놓냐고 애꿎은 할머니한테 화를 냈어요. 할머니가 놀라셔서 뭐하는거냐고 하시는데도 ㅇㅇ가 요새 저한테 오해를 하고있나봐요 할머니.. ㅇㅇ가 걱정이 돼서 와본 거였는데 다시올게요 ㅇㅇ야 몸조리 잘해.. 이러고 가는데 안 따라나갔습니다. 따라 나가면 정말 걜 죽여버릴 것 같았거든요.
딱 봐도 제 방에 의도적으로 들어갔을 테고 여기저기 보며 CD찾느라 바빴겠죠.
너무 화가 나서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요. 이거 외에도 엄청나게 많아요.
저는 그 2년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고통 속에 보냈고 가족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주시는 용돈의 반절은 소화제랑 병원비로 들어갔었고 그 이후 사람도 잘 못 믿게되고 트라우마도 생기고 우울증에 무기력증까지 왔어요. 키가 170인데 46킬로까지 빠진 적도 있어요. 우울증 때문에 성격이 날카로워져서 엄마 속도 많이 썩였네요. 그래도 내 인생 망치기 싫어 죽자살자 공부해서 인서울 해서 대학도 좋은 데 갔거든요. 그런데 하필 그 학교에 고2때 같은 반이었던 애가 우리과 선배와 연이 있어 또 소문을 내는 바람에 뭐 나중엔 잠잠해졌지만 약 한학기 정도 왜곡된 소문에 힘들게 지낸 적도 있네요.
글로 다 쓰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고통이었고 저는 아직도 10분이상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줄줄 샐 정도로 그 시간들을 잊지 못합니다. 나를 범인으로 확신하던 친구의 눈빛, 그 친구 말에 넘어가 나를 경멸하던 몇몇 친구들의 눈빛, 반에서 무언가 없어지면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공기, 그날 공부하던 우릴 불러내던 경찰관 두 분의 성함까지.. 무엇하나 생생하지 않은 게 없어요.
그 친구는 성인이 되어서도 어떻게든 제 번호를 찾아내서 연락을 하더라구요. 동창회 하니까 오라고. 뭐 하니까 오라고. 페이스북도 차단하면 다시 친추걸고, 인스타도 끊임없이 팔로우 걸고. 제 사진마다 좋아요 누르고 제 생일때마다 페메 문자 카톡 골고루 보내고. 우리 얼굴 봐야되지 않겠어~? 누가봐도 비아냥이고 무시할 목적인 말투로 말 걸고.
왜 맞서지 않았냐, 왜 지랄지랄하지 않았냐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정말 지가 보는 것만 정답이고 당당하고 또라1이 같은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부지런하게 목소릴 키우면 저같이 소심한 사람은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온갖 꼬투리 다 잡아 연관짓고. 사람들은 '진짜 쟤 말이 맞나..?' 하더라구요. 물론 절 믿어주는 친구들도 적지 않았지만요. 절 욕하실 수도 있어요. 왜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않았냐고. 왜 안했겠어요. 없는 이유까지 타당하게 만들어오는 또라1이 때문에 저를 믿었던 친구들도 서서히 믿음에서 반신반의로 변하던걸요.
무튼, 여기까지만 하고요.
그 친구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
개같은 쪽지와 함께 제 회사로 보냈더군요.
예전의 저였다면 욕하고 끝냈겠지만 지금은 너무 화가 나네요. 그냥 내가 걜 욕하고 걔처럼 살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참았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참을 수가 없어요. 그 청첩장과 쪽지를 보는 순간 그동안 참은 내가 정말 병ㅅ 머저리 온갖 욕을 다 갖다 붙여도 모자랄만큼 미울 정도로 화가 나네요.
어떻게하면 속 시원하게 이 더러운 관계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요..
저도 이렇게 제 자신이 바보같을 때가 있는데 글 보시는 분들도 그러시겠죠..
부탁드릴게요. 본인 자식이고 형제자매라 생각하시고 한 번만 도와주세요.
퇴근시간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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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학창시절을 망친 친구가 청첩장을 보냈습니다
핫이슈 2019. 8. 11. 12:07
제 학창시절을 망친 친구가 청첩장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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