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이라곤 1도 없는 여의도 벚꽃축제 시간대별 상황.jpgtxt



오전 10시. 이때만 해도 현장은 깨끗했다. 약 5시간 전 환경미화원들이 말끔히 청소한 덕분이다. 벚꽃길 1.5km 울타리에는 노란색 자루 72개도 새로 걸렸다. 20m 간격으로 하나꼴이다. 영등포구가 설치한 임시 쓰레기통이다.

낮 12시경 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원효대교 방면으로 약 100m 떨어진 현장. 이미 근처에 설치된 자루들은 쓰레기로 가득 찼다. 소시지와 핫도그 닭꼬치 번데기 등을 파는 노점상이 버린 식자재 상자와 비닐 등이었다. 자루가 가득 차자 한 노점상이 닭꼬치가 들었던 갈색 상자를 옆에 던졌다. 잠시 후 축제를 찾은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나무꼬치와 종이컵, 먹다 버린 떡볶이, 어묵국물 등 각양각색의 쓰레기를 빈 상자에 차례로 버렸다. 이어 노점상이 정체 모를 쓰레기가 담긴 커다란 검정 비닐봉투를 쓰레기 더미 위로 던졌다.

오후 3시경 폭 2m, 높이 1m 규모로 손수레 한 대 분량의 쓰레기가 쌓였다. 다른 곳에도 작은 ‘쓰레기 산’이 생겼다. ‘쓰레기 산’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질서의식은 추락했다. 머뭇거리던 시민들마저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 투기 행렬에 가세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재활용품 분리’를 요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김모 씨(21·여)는 “상자에 쓰레기가 많아 당연히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둔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점상들이 버린 크고 작은 쓰레기가 ‘깨진 유리창’(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작동한 것이다.

오후 5시. 축제장은 이제 ‘사람 반 벚꽃 반’이 됐다. 쓰레기 쌓이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지하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는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전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전단과 함께 바닥에 뒤엉켜 있었다.

환경미화원들은 수시로 쓰레기를 실어 날랐다. 하지만 쓰레기 쌓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 미화원은 “아무리 치워도 한 시간도 못 가 다시 똑같이 쌓인다”고 말했다. 이날 구청은 두 차례나 불법 노점상 단속을 실시했다. 무용지물이었다. 노점상들은 단속반이 떠난 뒤 다시 돌아와 버젓이 영업을 했다.

오후 10시경 노점상 대부분이 하루 장사를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하는 상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솜사탕을 파는 한 상인은 쓰고 남은 설탕가루를 그대로 바닥에 쏟았다. 어묵을 팔던 상인은 남은 국물을 그대로 잔디밭에 쏟아버렸다. 그러면서 “사실은 대부분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다” “여기 놔두면 환경미화원이 알아서 치운다” 등의 말을 남겼다. 깨끗했던 벚꽃축제장은 정확히 12시간 후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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