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 고유정(36·구속기소)은 체포 당시 왜 “왜요?”라고 물었을까?
지난 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고유정의 긴급 체포 당시 장면을 공개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1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지하장에서 만난 경찰이 “살인죄로 긴급 체포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왜요?”라고 물었다.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수갑을 채우자 “그런 적 없는데, 제가 당했는데…”라며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봤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같은 내용의 고유정 체포 영상을 본 ‘국내 경찰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본다면 아마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고유정의 범행계획은 치밀하다. 자기가 충분히 증거를 인멸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체포를 당하는 상황이 되면 일시적인 공황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건 공황상태라기보다는 (오히려) ‘왜요?’라고 한다. 이는 ‘시신이 (있는 곳이) 밝혀졌느냐? 증거를 찾았느냐?’라고 물어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유정은 ‘자신은 죄가 없다’는 식의 표정과 말로, 눈에 띄게 계산적인 행동을 보인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사건 담당 경찰도 “(고유정의) 진술 내용 대부분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이고 자신은 뭐 물론 사람을 죽인 건 인정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반성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거나 그런 부분은 찾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고유정은 체포 이후 경찰 차에 올라 탈 때엔 “지금 집에 남편 있는데 불러도 돼요?”라며 현 남편을 찾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서 범죄자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계속 우리가 본다. 법원에서 저 사람이 범인일 거라는 심증은 확실하지만 물리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나는, 사실 최근에도 여러 건이 있었다”며 “그런 것들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제발 생각해봐야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평생 범죄를 저질러 본 적이 없던 사람도 ‘아, 시신만 없으면 무죄를 받을 수도 있구나’하고 충분히 학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고유정이 불출석한 가운데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고유정 측은 사전 계획된 범행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또다시 부인했다.
고유정은 국선변호인을 통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고유정 긴급체포당시 풀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