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2년차' 자우림 해체? 전작보다 후진 앨범 나온다면 할듯 (인터뷰 )

[뉴스엔 황혜진 기자]

데뷔 22년차에 접어든 밴드 자우림(보컬 김윤아, 기타 이선규, 베이스 김진만)이 5년 만에 새 정규 앨범을 들고 음악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자우림은 6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22일 오후 6시 발매되는 정규 10집 '자우림' 작업 관련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이번 앨범은 자우림이 2013년 정규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김진만은 "그동안 늘 앨범이 때 되면 나왔다. 많은 분들이 21주년이라는 말씀을 해주는데 아직 그닥 실감은 안 나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김윤아는 "항상 앨범을 만들 때마다 정기적으로 거치는 과정이 있다. 스튜디오 작업이 엄청 바쁠 때는 이것밖에 안 되나 자학한다. 너무 괴롭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괴로운 시기가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정신줄 놓고 영혼 없이 작업할 수 있는 시기가 오고 그 다음에는 보통 일이 끝나간다. 그게 끝나면 자아도취의 시간이 온다. 지금은 자아도취의 시간이라 아직은 앨범이 너무 좋다는 들뜬 마음에 빠져 있다. 물론 반응이 걱정되거나 기대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거다. 새로운 음악들이 나왔으니까 많은 팬들이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만은 "정규 10집, 21주년이라고 주변에서 비행기를 태워주는데 아직 타지 않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의미 있는 앨범인데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앨범 타이틀은 멤버들이 직접 정한 '자우림'이다. 지난해 말 선 공개된 ‘XOXO’를 포함해 ‘광견시대(狂犬時代)’, ‘아는 아이’,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 ‘있지’, ‘영원히 영원히’, ‘기브 미 원 리즌(Give me one reason)’, ‘사이코 해븐(Psycho heaven)’, ‘아더 원스 아이(Other one’s eye)’,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등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자우림은 이번 앨범에도 청춘, 사랑과 이별, 사회현상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양한 장르의 음악 스타일로 구현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완성했다.

김진만은 "예전에 앨범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자우림'이 나오면 '글쎄?'하고 넘어갔다. 이번에 단체 채팅방에서 '자우림이 어떻겠냐'는 말이 나왔을 때 괜찮겠다고, 다들 좋다고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아는 "이번 앨범은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한 곡 한 곡이 자우림이라 할 수 있는 음악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동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게 자우림 자체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앨범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늘 그래왔듯, 이번 앨범 또한 대중적인 히트를 노리며 만든 앨범과는 거리가 멀다. 자우림스러운 음악,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음악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번에는 대중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나"라는 질문에 김진만은 "그 당시 소위 말하는 히트송을 만들 때도 대중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하하하쏭' 나왔을 때도 처음에 반응이 별로 안 좋았다. 근데 CF에 나오며 인기가 생겼다"고 답했다. 김윤아는 "참 알 수 없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음악이 대중적으로 사랑받을지는 진짜 아무도 모르겠더라. 그런 부분은 일단 포기하고 있다. 운과 세상에 맡긴달까"라며 미소지었다. 김진만은 "기준은 딱 하나다. 우리 셋이 듣기에 좋은 앨범을 만들자. 그 기준 맞추기도 사실 벅차다"고 말했다.

김윤아는 "타이틀곡이 되면 방송에서 연주할 일이 많아지는데 방송에서 라이브하기에 불편한 노래, 예를 들어 1번 트랙 '광견시대'는 라이브로 들려드리기 힘들다. 사운드적으로도 그렇고. 공연 때 관객들과 엄청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치고박기 위해 만든 곡이다. 회사에서 이번에도 많이 모니터를 해줬다. 이번 타이틀곡은 그래서 '영원히 영원히'가 됐다"며 "곡을 배치할 때 이 곡이라서 1번, 이런 메시지가 담긴 곡이니까 여기에 두자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앨범 전체를 들었을 때 어떤 흐름이 가장 좋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여러 흐름을 만들어 들어본다. 지금의 흐름이 가장 좋게 들렸다. '광견시대'가 1번이 된 건 되게 잘한,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한 번에 빵 터트리고 가니까 뒤 음악이 궁금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멤버들은 이번 앨범이 굴곡 있게 완성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김윤아는 "우리 또한 극단적으로 어두운 곡은 없지만 굴곡이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선규는 "늘 그랬듯이 우리는 의도한 게 하나도 없다. 앨범을 다 만들고나서 순서를 보면 어떤 맥락이 확실히 있구나 느낀다. 이번 앨범은 굉장히 그걸 명확하게 느낀다"고 밝혔다. 김윤아는 "다음에는 의도 하에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 들었다"고 말했다.

자우림은 이른바 '홍대 출신 밴드'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밴드로 꼽힌다. 마니아적인 인디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넘어 대중적으로도 다수의 히트곡을 냈다.

김윤아는 "그때 크라잉넛, 노브레인과 같이 시작했다. 그분들께 감사하다. 지금 만나도 그때랑 똑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선규는 "여러 가지로 자우림이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김윤아는 "우리에게 어떤 위치가 있다면 그건 결과적인 것 같다. 과정에서는 우리가 별로 지향점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건 잘 안 하는 성향이다. 잘 못하겠는데 일단 시작했다가 민폐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가 재밌다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자우림이 이런 밴드이구나'라고 규정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런 고민은 안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향점이 없는 밴드임에도 스스로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있다고. 김진만은 "우리끼리 '자우림은 과연 해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예를 들어 11집을 냈을 때 10집보다 후지거나 12집 녹음에 들어갔는데 더 후지면 그러면 해체할 것 같다. 다행히 아직보다는 전작보다 더 마음에 들고 좋은 앨범을 겨우 겨우 만들어 오는 것 같아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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