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배달료 2000원 놓고 시끌.. 가격인상 꼼수 Vs 수지타산 맞춰야

배달료 받기 시작한 업체에 소비자 '부정적'
설문조사서 "배달료 없는 업체 주문" 80.9%
최소 구문금액+배달료까지 '이중부담' 지적
업체들 "최소주문금액 없으면 악순환 반복"
"자영업자·업체·배달앱 상생방안 모색해야"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가 열린 지난 18일 오후 한 치킨가게에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조해영 기자] 대학생 정모(25)씨는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주문한 음식값이 1만 2000원~2만원 선을 넘어야 배달을 해주는 곳이 많아진데다 최근에는 배달료 2000원을 추가로 받는 매장까지 늘어난 때문이다.

정씨는 “최소 주문금액에 배달료까지 내려니 부담스럽다”며 “배달료를 받지 않는 곳을 찾아 주문하는 것도 스트레스”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기간을 맞아 치킨 등 배달 음식을 찾는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배달료를 받는 음식점이 늘어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일반 택배처럼 배달료를 받을 경우 주문금액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중 부담이라는 것이다. 반면 배달 음식점들은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료 덕에 그나마 수지를 맞추는 상황에서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는 입장이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배달 음식 이용 경험이 있는 15~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배달료를 내면서까지 배달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9.5%는 “배달료 인상은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라고 답했으며 “치킨을 먹을 때 배달료가 없는 업체를 먼저 고려할 것 같다”는 응답도 80.9%나 차지했다.

직장인 안모(35)씨는 “배달료라는게 결국 음식을 배달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급하는 건데 최소주문금액까지 채워서 주문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한 치킨 프랜차이즈가 최소 주문금액과 배달료에 대한 내용을 공지한 모습 (사진=배달의 민족 갈무리)
반면 치킨업계에서는 원·부자재 가격에다 기름·포장지 등 부자재와 임차료, 전기료, 세금 등을 제하면 사실상 남는 이윤이 3000원 안팎인 상황에서 배달료 부과를 이유로 가격제한을 풀게 된다면 또다시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모(48)씨는 “택배만 전문적으로 하는 배송 업계와 배달음식을 같이 봐서는 안 된다”며 “최소주문 가격에 제한을 두지 않고 배달을 받게 된다면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문 애플리케이션(앱)의 등장이 이윤을 크게 줄였다는 분석도 있다. 주문앱이 과거 소비자와 업체 간 주문때 없던 수수료를 상당 부분 가져간 때문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업주들 사이에서) 5년 만에 매달 순이익이 30만원 넘게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배달료를 받되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하면 배달료를 받지 않는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도시락 배달 업체는 2000원의 배달료를 받는 대신 2만원 이상 주문할 경우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치킨집은 배달앱을 쓰지 않고 직접 매장에 주문하면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 이 업체 대표 이모(40)씨는 “배달 앱에 내야 하는 수수료 대신 배달을 무료로 한다”며 “장기적으로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 본사, 배달 앱 업체들이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hc 점주들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 설립 총회를 겸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에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와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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