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테이크아웃잔에 주세요 .. 혼돈의 커피전문점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한 고객이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드시고 가시면 머그잔 괜찮으세요?”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커피전문점. 직원이 머그잔 사용을 권유하자 고객들은 일회용 컵을 달라며 반발했다. 이 직원은 “본사 방침에 따라 매장 내 머그컵 사용을 권유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항의해서 곤란하다”며 “대놓고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매장을 나가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일회용 컵 이용이 제한되면서 카페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음료를 머그잔에 제공하려는 직원들과 일회용컵을 사용하려는 고객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 게다가 각 지점마다 규제기준이 달라 소비자들의 혼란도 가중되는 모양새다. 

◆고객은 볼멘소리, 직원은 앓는소리

환경부는 오는 8월부터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의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3개월 간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매장 내에서 손님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사업자에게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커피프랜차이즈업체들은 가맹점에 지침을 내려 일회용 컵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애로사항이 많다. 직원이 머그잔 사용을 권하더라도 고객들은 대부분 간편한 일회용컵을 택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선민씨(27)는 “점심시간이 짧아 음료 한잔을 다 마시기 어렵다. 테이크아웃잔에 받아서 카페에서 마시다가 회사에 갖고 들어간다”며 “위생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도 일회용컵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A커피전문점 직원은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몰려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기에도 벅차다”며 “머그잔 설거지까지 해야 하니 일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B커피전문점 직원은 “테이크아웃이라며 일회용 컵을 받아간 뒤 매장 내에서 마시는 고객까지 말리기는 어렵다”며 “사업장이 아닌 고객에게 벌금을 물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매장 내 고객들에게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정부 규제에도 현장에선 '나몰라라'

여전히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업체들도 있다. 지난 9일 일회용컵 사용실태 시민 모니터링단 ‘어쓰’의 발표에 따르면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10곳 중 9곳(86.9%)은 고객에게 묻지도 않고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어쓰가 지난달 4~15일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84곳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다.
23일 기자가 방문한 광화문 인근의 카페에서도 매장 내 대다수 고객이 일회용 컵을 손에 쥐고 있었다. C커피전문점 점주는 “오피스 상권에 있는 매장이라 점심시간 손님들은 금방 자리를 뜬다”며 “머그컵을 강요할 수 없어 권유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뜨거운 음료용 종이컵을 제공하기도 했다. 합성수지컵이 아닌 종이컵은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매장을 이용한 손동우씨(60)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면 종이컵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벌써 꼼수가 생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고객들이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이 같은 정책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합성수지컵은 오로지 테이크아웃용으로만 쓰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해당 사업장은 매장 면적에 따라 최소 5만원(33m² 미만)에서 최대 50만원(333m² 이상)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이미 1994년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관리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일회용 컵 단속 역시 지자체가 주체"라며 "시와 구청 등에서 현장에 나가 일회용컵 사용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http://v.media.daum.net/v/20180724054404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