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어 검색엔진으로 데이터 주권 지킨 데 자부심 느껴"
"국내 기준으로 규제하면 글로벌 경쟁 어려워…크게 보라"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남도영 기자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자국어로 된 검색엔진으로 '데이터 주권'을 지켜낸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 미·중 거대 기업들이 잠식하고 있는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이 GIO는 18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나와 "우리 손에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은 500년, 1000년이 지났을 때 선조들의 문화재를 누가 가졌느냐에 비견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네이버 덕에 후손들이 데이터를 잘 지키고 분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네이버처럼 자국어 플랫폼을 갖고 자국 서비스를 하는 사례는 구글과 같은 미국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드물다"면서 "두가지 중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국의 언어로 자국 검색엔진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몇 안되는 사례이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시장 규모가 작은 곳에서 자국 포털이 살아남은 것은 데이터 주권을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연합군 조직해 인터넷 제국주의에 끝까지 맞서겠다"
이 GIO는 현재 프랑스에 머물며 유럽시장에서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라인, 스노우 등 내부에서 개발한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던 데서 벗어나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한 유럽에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겠다는 의중이다.
이 GIO는 "미국과 중국 회사가 전 세계 인터넷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게 세계적으로 큰 문제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에선 미국 회사에 데이터와 매출을 뺏기는 것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대안을 못찾아 네이버에 호응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며 "유럽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제국주의에 맞서 싸울 '연합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였다.
이 GIO는 '국경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 국내에서 기업들을 협소한 기준으로 바라보고 규제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표현했다. 그는 특히 신산업에 대한 규제와 구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농업'과 '트랙터'에 비유해 비판했다. 모든 나라가 트랙터를 만드는 경쟁을 펼치는 데, 트랙터 만드는 회사가 직업을 잃은 농부들까지 책임지라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고민하기에도 벅찬데 사회적 책임까지 묻는 건 기업한테 너무 큰 짐"이라며 "기업은 연구개발과 새로운 트렌드를 쫓는데 몰두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한 의사결정에 최선 다했다"…'총수' 지정 거부감 드러내
이 GIO는 네이버가 기존 재벌 대기업과 달리 투명한 의사결정을 가진 새로운 모델로 남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수'로 지정돼 기존 '재벌'과 같은 틀에 끼워맞추는 것에 대한 반감도 비쳤다.
이 GIO는 "벤처기업이 성장해 어느정도 매출규모가 됐음에도 (기존 재벌 그룹사와는 다른) 새로운 경영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네이버가) 내 소유의 회사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고 지분도 3%이며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지분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가는 회사가 더 커지고 강해지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기업이 성장한) 이 자체를 '부도덕하다'고 지적하면 '기업가 정신'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나"라며 "기업 특성상 제조기업이냐, 인터넷기업이냐에 따라 소유구조,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일정 수준의 매출규모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재벌, 총수 같은 기존 잣대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보다 다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규제를 바라볼 때 반드시 글로벌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경쟁이 너무 어렵다"며 "기업이 크다, 작다는 글로벌 스케일 봐야지 우리나라만 보면 잘못된 판단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배들 성장이 가장 큰 보람…네이버보다 더 큰 자회사 나오길 기대"
올해 20돌을 맞은 네이버의 성장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 GIO는 여러 개인사를 전하며 그동안 붙어다니던 '은둔형 경영자'란 수식어가 떨어졌으면 한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그는 "20년을 매일 출근하고 직원들과 똑같이 살았는데 어느순간 '은둔형'이란 수식어가 붙었다"며 "내성적인 건 사실이지만 은둔형 경영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 기회에 다른 수식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로만 비치던 이 GIO는 의외로 '만화책'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만화책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며 "정의로운 주인공이 강한 적과 싸워 반드시 승리하는 열혈강호, 용비불패, 나루토, 원피스 같은 만화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선 "일본에서 10년을 고생하다 다들 지쳐갈 때 대지진이 났다"며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데 방에 올라와 압박감에 펑펑 울었다"고 소회했다.
이 GIO는 후배들의 성장이 회사의 생명력이라며 '사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네이버 자회사가 네이버보다 커지는 게 네이버의 성공 모습"이라며 "후배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이를 지원하는 게 가장 큰 보람이며 회사의 의미"라고 말했다.
hyun@news1.kr
"국내 기준으로 규제하면 글로벌 경쟁 어려워…크게 보라"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남도영 기자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자국어로 된 검색엔진으로 '데이터 주권'을 지켜낸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 미·중 거대 기업들이 잠식하고 있는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이 GIO는 18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나와 "우리 손에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은 500년, 1000년이 지났을 때 선조들의 문화재를 누가 가졌느냐에 비견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네이버 덕에 후손들이 데이터를 잘 지키고 분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네이버처럼 자국어 플랫폼을 갖고 자국 서비스를 하는 사례는 구글과 같은 미국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드물다"면서 "두가지 중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에게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국의 언어로 자국 검색엔진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몇 안되는 사례이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시장 규모가 작은 곳에서 자국 포털이 살아남은 것은 데이터 주권을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연합군 조직해 인터넷 제국주의에 끝까지 맞서겠다"
이 GIO는 현재 프랑스에 머물며 유럽시장에서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라인, 스노우 등 내부에서 개발한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던 데서 벗어나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한 유럽에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겠다는 의중이다.
이 GIO는 "미국과 중국 회사가 전 세계 인터넷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게 세계적으로 큰 문제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에선 미국 회사에 데이터와 매출을 뺏기는 것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대안을 못찾아 네이버에 호응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며 "유럽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제국주의에 맞서 싸울 '연합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였다.
이 GIO는 '국경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경쟁 상황에 국내에서 기업들을 협소한 기준으로 바라보고 규제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표현했다. 그는 특히 신산업에 대한 규제와 구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농업'과 '트랙터'에 비유해 비판했다. 모든 나라가 트랙터를 만드는 경쟁을 펼치는 데, 트랙터 만드는 회사가 직업을 잃은 농부들까지 책임지라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고민하기에도 벅찬데 사회적 책임까지 묻는 건 기업한테 너무 큰 짐"이라며 "기업은 연구개발과 새로운 트렌드를 쫓는데 몰두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한 의사결정에 최선 다했다"…'총수' 지정 거부감 드러내
이 GIO는 네이버가 기존 재벌 대기업과 달리 투명한 의사결정을 가진 새로운 모델로 남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수'로 지정돼 기존 '재벌'과 같은 틀에 끼워맞추는 것에 대한 반감도 비쳤다.
이 GIO는 "벤처기업이 성장해 어느정도 매출규모가 됐음에도 (기존 재벌 그룹사와는 다른) 새로운 경영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네이버가) 내 소유의 회사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고 지분도 3%이며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지분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가는 회사가 더 커지고 강해지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기업이 성장한) 이 자체를 '부도덕하다'고 지적하면 '기업가 정신'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나"라며 "기업 특성상 제조기업이냐, 인터넷기업이냐에 따라 소유구조,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일정 수준의 매출규모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재벌, 총수 같은 기존 잣대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보다 다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규제를 바라볼 때 반드시 글로벌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경쟁이 너무 어렵다"며 "기업이 크다, 작다는 글로벌 스케일 봐야지 우리나라만 보면 잘못된 판단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배들 성장이 가장 큰 보람…네이버보다 더 큰 자회사 나오길 기대"
올해 20돌을 맞은 네이버의 성장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 GIO는 여러 개인사를 전하며 그동안 붙어다니던 '은둔형 경영자'란 수식어가 떨어졌으면 한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그는 "20년을 매일 출근하고 직원들과 똑같이 살았는데 어느순간 '은둔형'이란 수식어가 붙었다"며 "내성적인 건 사실이지만 은둔형 경영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 기회에 다른 수식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로만 비치던 이 GIO는 의외로 '만화책'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만화책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며 "정의로운 주인공이 강한 적과 싸워 반드시 승리하는 열혈강호, 용비불패, 나루토, 원피스 같은 만화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선 "일본에서 10년을 고생하다 다들 지쳐갈 때 대지진이 났다"며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데 방에 올라와 압박감에 펑펑 울었다"고 소회했다.
이 GIO는 후배들의 성장이 회사의 생명력이라며 '사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네이버 자회사가 네이버보다 커지는 게 네이버의 성공 모습"이라며 "후배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이를 지원하는 게 가장 큰 보람이며 회사의 의미"라고 말했다.
hyun@news1.kr